손안의 도박에 빠진 10대들, 이용자 물어오는 총판 돼!!

총판

불법도박 참여자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말했다. 이들은 주로 지인의 권유로 소액 베팅을 시작했다가 길게는 수십년 동안 도박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끊을 결심이 선 건 돈과 사람을 잃고 난 뒤였다고 했다. 이런 강력한 중독성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불법도박 이용자를 모으고 각종 베팅 혜택을 제공해 중독을 유도하는 ‘총판’은 그 답을 알고 있을까.

지난 4월23일부터 세차례에 걸쳐 불법도박 산업에 11년 동안 몸담은 김영진(가명·30)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는 사설토토 사이트 4곳과 파워볼 사이트 3곳, 바카라 사이트 1곳을 홍보하고 ‘롤링’(총판의 수익으로 돌아가는 베팅 금액의 일부)을 수익으로 챙기는 ‘대총판’이다.

김씨 역시 고등학교 3학년 때 친구의 권유로 도박 베팅에 빠져들었다가 20대 초반부터 불법도박 사이트 홍보 일을 시작했다. 20대 후반에 이르러서는 전업 총판으로 활동하며 동남아 등지의 카지노에서 환전소를 운영하기도 했다.

그는 총판들의 수법이 사람들을 중독으로 이끄는 마중물 구실을 한다고 말했다. 총판들은 각종 유인책을 써서 이용자가 불법도박에 베팅하게 만든다. 성착취물도 유인책 중 하나다.

김씨는 성착취물을 통해 이용자를 끌어들이는 것을 두고 ‘질이 낮지만 효과 좋은 영업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라이브 스코어(도박 관련 정보제공 플랫폼)에 가면 여성의 신체 사진을 걸어두고 영업하는 총판들이 있어요.

몇몇 이용자는 이 총판이 여성이라고 착각하고 그가 운영하는 ‘가족방’(총판이 운영하는 불법도박 정보 공유 대화방)에 들어가려 하죠. 한 사장이 성착취물 유통 사이트를 끼고 불법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는 경우도 있어요.”

‘미끼’를 물어 베팅을 시작하면 그 이후부터는 총판이 따로 손을 쓰지 않아도 된다. “해보면 알겠지만 불법도박은 시작하는 순간 빠져나오기 힘들어요. 처음에 몇번 이기다 보면 돈 따는 맛을 알아 중독되고, 잃어도 잃은 돈을 찾아와야겠다는 생각에 빠져들죠.

사람들이 사설 토토를 하다 돈을 잃으면 화가 나잖아요. 그럼 베팅 결과가 빨리 나오는 파워볼이나 바카라 화면을 딱 열어요. 거기서 도박을 다시 시작하는 거죠.”

김씨는 불법도박이 온라인 세계로 파고들면서 진입장벽이 낮아져 특히 청소년들에게 불법도박이 만연해 있다고 지적했다.

이른바 ‘하우스’로 불리던 오프라인 도박장이나 카지노에 갈 필요 없이 ‘손안의 도박’이 가능해진 탓이다. “비행기 타고 카지노에 갈 필요 없이 휴대전화만으로 도박이 가능해졌거든요.

파워볼이나 바카라 같은 미니게임의 경우에는 5분마다 베팅 결과가 나오고. 그래서인지 생각보다 도박하는 사람이 정말 많아요. 특히 요즘 10대는 성인처럼 사설 토토와 파워볼, 사다리, 바카라 등 종목을 가리지 않고 하거든요.

아르바이트로 돈을 버는 애들 중에는 100만원가량의 고액 베팅자도 있고요. 도박으로 돈을 딴 사실이 학교에 알려지면 명성을 얻고, 그 학생 주변으로 도박이 금세 퍼져나가기도 하죠.

그 학생들 중에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는 애들은 도박만 하는 것보다 총판이 돼 롤링을 챙기는 게 더 이득인 걸 알고, 주변에 코드를 뿌리고 사이트 가입을 유도하며 총판 일을 해요. 그런 식으로 퍼지는 거죠.”

김씨는 도박의 세계로 이용자들을 끌어들이고 산업을 확장하면서도, 수사기관을 크게 두려워하지 않는다. ‘걸리지 않는다’는 자신감마저 보였다. 김씨는 “제가 아는 것을 전부 말해도 단속 못 할 거예요. 일단 이 시장 자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너무 거대해요.

서버가 거의 국외에 있거든요. 돈도 가짜 법인을 만들어 대포통장을 발급받은 뒤 그곳으로 입금받고, 통장을 여러개 만들어 그 안에서 또 돈을 돌려요. 영업은 어차피 대포폰으로 하거나 국외 유심을 써 흔적이 남지 않고요.”

그는 그저 사람들이 비참한 ‘도박의 결말’에 이르는 것이 걱정될 뿐이라고 했다. “제 영업 원칙 중 하나가 지인한테 먼저 도박을 권하지 않는 거예요. 망가지니까요. 도박이 이겨갈 때는 엄청 이기다가도 결국엔 죽게 되는 구조거든요. 확률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라면 어쩔 수 없는 문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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